‘간질’이라는 옛 이름에 갇혀 있던 뇌전증은 사실 치매, 뇌졸중과 함께 가장 흔한 3대 신경계 질환입니다. 국내 환자 수가 얼마이고, 왜 국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지 짚어봅니다.
저는 뇌전증을 앓는 자녀를 곁에서 돌봐 온 보호자입니다. 발작이 일상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사회적 지원망의 빈틈이 가족에게 어떤 무게로 다가오는지 직접 겪으며 이 글을 씁니다. 통계 너머에 있는 환자와 가족의 현실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숫자로 보는 뇌전증 환자 수, 결코 적지 않습니다
많은 분이 뇌전증을 희귀 질환으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실제 환자 규모는 그렇지 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약 5,000만 명이 뇌전증을 앓고 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흔한 신경학적 질환 중 하나라고 명시합니다.
국내에서 뇌전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실인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 기준 최근 5년간 매년 14만 명대 후반에서 15만 명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처음으로 15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실제 진료 기록 기준입니다. 한국뇌전증협회와 대한뇌전증학회는 진단받지 않은 잠재 환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환자가 약 3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합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0.5%가 넘는 규모입니다.
인구의 0.5% 이상이 뇌전증 환자라는 것은, 학급이나 직장, 이웃 중 누군가는 이 질환과 마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삶”이란 무엇을 의미하나요?
뇌전증은 며칠 약을 먹고 낫는 병이 아닙니다. 환자 다수는 오랜 기간, 때로는 평생에 걸쳐 약물을 복용하거나 지속적인 의료 관리, 수술적 치료를 받습니다.
희망적인 사실도 있습니다. WHO는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면 환자의 약 70%가 발작 없이 생활할 수 있다고 밝힙니다. 안정적인 치료 환경만 보장된다면 이들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꾸준하고 안정적인 치료 환경이 보장되는 것, 그것이 뇌전증 환자에게는 일상 그 자체입니다.
난치성 뇌전증과 ‘치료 불평등’
나머지 약 30%는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적절히 투여해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약물 불응성(난치성) 뇌전증’으로 분류됩니다. 이들에게는 수술, 식이요법, 신경 자극술 같은 특수 치료가 필요하며, 그만큼 경제적 부담도 급격히 커집니다.
고가의 난치성 치료제나 수술 비용은 환자와 가족에게 큰 부담입니다. 경제적 여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충분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치료 불평등’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 구분 | 비율(추정) | 주요 치료 |
|---|---|---|
| 약물로 조절 가능 | 약 70% | 항뇌전증제 복용 |
| 약물 불응성(난치성) | 약 30% | 수술·식이요법·신경 자극술 등 |
뇌전증 지원법, 왜 제정이 시급한가요?
환자 개인과 가족의 헌신에만 기대기엔 뇌전증의 무게가 너무 큽니다. 주목할 점은, 치매(치매관리법)나 뇌졸중과 달리 3대 신경계 질환 중 뇌전증만 별도의 관리·지원법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의협신문 보도에 따르면, ‘뇌전증 관리 및 뇌전증 환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20대 국회에서 김세연 의원, 21대 국회에서 남인순·강기윤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으나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돼 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의 핵심은 국가가 뇌전증 관리 종합계획을 세우고, 연구·치료 시스템을 지원하며, 환자의 고용과 사회 복지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환자들이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안전망인 셈입니다.

질병보다 무서운 편견, 인식 개선이 먼저입니다
환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는 질환 자체가 아니라 주변의 시선입니다. 취업, 교육, 대인관계에서 뇌전증 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환자 본인은 언제 발작할 지 모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사회적 관계에서는 암묵적인 무시가 있게 되는 이중적 어려움을 겪습니다.
어릴때부터 발명하는 뇌전증의 경우 발달장애와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부양과 돌봄은 부모가 짊어지는 평생의 멍애가 됩니다.
뇌전증 환자가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치료받도록 돕는 것은 복지를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뇌전증과 간질은 다른 병인가요?
같은 질환입니다. 과거 ‘간질’로 불렸으나 사회적 편견을 줄이기 위해 ‘뇌전증’으로 공식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국내 뇌전증 환자 수는 몇 명인가요?
건강보험 진료 기준으로는 2023년 약 15만 명이며, 학계는 잠재 환자를 포함해 약 37만 명으로 추산합니다.
뇌전증은 완치가 가능한가요?
‘완치’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면 환자의 약 70%가 발작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전증은 유전되나요?
일부 유형은 유전적 요인이 관여하지만, 원인의 약 절반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유전·뇌손상·뇌졸중·감염 등 원인이 다양합니다.
뇌전증 환자도 일상생활과 취업이 가능한가요?
발작이 잘 조절되는 환자는 대부분 평범한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회적 편견 탓에 현실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